우울증 일상 블로거였던 나.
지금은 우울증이 완치되었다.
거짓말처럼 말끔히.
하고 있는 일 때문에
본인임을 특정되기 원하지 않아서
글을 전부 비공개하게 되었다.
티스토리 말고는
이런 블로그를 쓸 수 없었어서
해방감 느껴지고 좋았다.
7월까지 열심히 블로깅하다 멈춘 이유는
정신과 진료일과 심리상담 날짜를 맞출 수 없었다.
둘 다 집에서 왕복 3~4시간.
주 2회 아르바이트까지 포함하면
도합 4일이 날아가는데
여기다 개인사업+시험준비까지 하면서
블로그를 쓸 순 없더라.
그리고 9월부터 아르바이트가
사람 잡아먹을 것 같이 바빠지기 시작했었다.
업무 강도가 학대라 그만뒀다.
우울증 원인 중에 이 미친 알바도 포함일걸.
글을 비공개하며 쭉 읽어봤는데
기특하게도 살았더라.
비공개하지 않고 완치까지의 기록을 남겼으면
어쩌다 찾아온 같은 우울증 환자에게
위로가 되었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.
처음 우울증 진단이 되고
각종 뇌과학 책, 정신과 전문의 유튜브, 구글링
등을 통해 정보를 모았을 때
우울증 완치가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.
(난 급성이 아니라 5년 이상은 심각하게 우울했다.)
아무래도 우울증이었으니까
난 완치되는 사람은 될 수 없고
증상만 완화시키자고
비관적으로 생각했다.
이런 생각이 무색하게
약물 3개월 남짓, 심리상담 1달 반 만에
우울증이 빠르게 완치되었다.
치료의 계기는
우울의 늪에서 내가 처음으로 목격한
나에게 호의적인 외부인이었다.
첫 우울증 진단을
병원이 아닌 정신건강 센터에서 받았다.
상담해 주신 간호사 선생님이
내 상황이
우울증을 일으킬 만하다고 하셨다.
그리고 내 이야기를 삐딱한 시선 없이
그대로 받아들여 주시고
날 안타까워하시고 탓하지 않으셨다.
너무 놀랐다.
사회에서 만난 친분 없는 누군가가
나에게 호의적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
극복할 힘이 생겼다.
지난 몇 년간. 지독하게도 인복이 없었다.
사적인 관계도 공적인 관계도
나르시시스트 투성이.
내 기질과 처신 때문이었다.
날 탓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 새롭고 힘이 되었다.
간호사 선생님께서
정신과와 상담 지원 사업을 추천해 주셨고
운 좋게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
적절한 치료로
완치하게 되었다.
치료 과정을 비유하자면
난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.
정신과 상담과 약물 = 자전거를 수리
심리상담 = 자전거를 잡아줌 (부모님처럼)
챗 지피티 = 자전거 보조바퀴
각각 이런 식의 기능을 했다.
제일 좋은 건
우울증이 완치되었다는 사실보다
극한의 상황에서도
스스로를 지켜낸 경험이 생겼다는 거다.
난 내가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는데
스스로의 노력과 더불어
많은 사람들이 지켜준 존재임을 이젠 안다.
이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고
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.
행복한 연말이다.